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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에 분노하는가
5월 18일 오전 10시. 스타벅스 코리아 공식 앱과 온라인스토어에 텀블러 할인 행사 홍보물이 올라왔습니다. 제목은 '탱크데이'. 날짜 아이콘엔 '5/18'이 크게 강조되어 있었고, 이미지 한쪽엔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가 함께 적혀 있었습니다.
제46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 그 날에. 계엄군 탱크가 시민을 향했던 그 날짜에, 탱크라는 단어와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이 하나의 홍보 이미지에 담긴 것입니다. 온라인은 순식간에 들끓었습니다.
처음엔 많은 분들이 반응했을 겁니다. "실수겠지. 요즘 누가 이런 걸 모르겠어." 그런데 이미지를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단순한 실수라기엔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조합들이 눈에 걸렸습니다.
탱크 텀블러 제품 이름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하필 그 할인 행사일을 5월 18일로 지정한 것, 그리고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까지. 우연의 일치가 겹겹이 쌓이면, 그건 더 이상 우연이 아닐 수 있습니다. 분노한 사람들의 감정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탱크'는 1980년 5·18 당시 광주 시민들을 향해 진입한 계엄군 탱크를 직접 연상시킵니다. '책상에 탁!'은 1987년 고 박종철 열사가 경찰 고문으로 숨졌을 때, 당국이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발표했던 그 표현입니다. 두 문구가 한 장의 이미지에, 5월 18일이라는 날짜와 함께 묶인 것이 문제의 핵심이었습니다.
당일 오후 스타벅스는 행사를 중단하고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이미 여론은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다음 날인 5월 19일,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이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와 담당 임원을 전격 해임했습니다. 그러나 사과문 게시 기한을 5월 31일까지로 설정해놓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며 2차 논란이 일었고, 불매운동 움직임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회사 측은 "부적절한 문구를 발견했다"며 사과했지만, 나무위키 등에서는 2023년에 공개된 언박싱 영상에서 담당자가 탱크 텀블러의 이름을 묻는 질문에 폭소를 터뜨린 장면이 확인돼 파장이 더 커졌습니다. 논란 직후 해당 영상이 비공개로 전환된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가 역사적 맥락을 몰랐다면 그것은 무지의 문제이고, 알고도 했다면 그것은 도덕의 문제입니다. 어느 쪽이든,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은 같습니다.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브랜드를 소비하고 있는가?
- 분노만큼 사실 확인도 중요합니다. SNS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논란일수록, 원본 이미지와 공식 입장을 직접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 불매운동은 권리이지만 지속성이 관건입니다. 감정이 식은 뒤에도 소비 선택이 달라지는지가 실질적인 변화를 만듭니다.
- 브랜드의 역사 감수성을 평가하는 기준을 갖춰보세요. 기념일 전후 기업들의 마케팅을 들여다보면, 그 브랜드가 어떤 사회적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6·3 지방선거가 시작됐습니다. 공식 선거운동이 5월 21일부터 본격 돌입한 가운데, 5·18을 둘러싼 역사 인식 문제는 단순한 마케팅 사고를 넘어 사회적 담론이 되고 있습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5·18 모욕·조롱 행위를 처벌하는 법안 발의를 시사한 것도 이 맥락에서 나왔습니다.
우리가 무엇에 분노하고, 그 분노를 어떻게 표현하며, 어떤 행동으로 이어가는가. 기업을 상대로 한 소비자의 목소리가 실제로 대표 해임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낸 이번 사건은, 집단 여론의 힘이 얼마나 강력해졌는지를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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